본문 바로가기

자연치아살리기

현미경은 치료장비가 아니라 진단장비

자칫 뽑을 뻔한 자연치아 살리는 '미세광학현미경'

 

 

직장인 P씨(31살)는 얼마 전 왼쪽 아래 어금니가 썩어 치과를 찾았다가 임플란트를 심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임플란트를 하기는 다소 부담스러웠던 P씨.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치과를 찾아가 다시 한 번 진단을 받았는데, 치아를 뽑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의아해했다.

이후 P씨는 치과용 미세광학현미경을 이용한 '치근단절제술'을 받았다. 시술 결과, P씨는 치아 위에 크라운을 씌워 자연치아를 살릴 수 있었다.

◆ 치근단절제술 성공률 높인 미세광학현미경

보통 치아가 썩거나 시려서 치과에 가면 신경치료를 받게 된다. 또 신경치료를 받더라도 완전치의 치아우식증(충치)을 근절하지 못하거나, 신경치료로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치아가 상한 경우에는 발치 후 임플란트를 식립하게 된다.

하지만 치과용 미세광학현미경을 활용하면 자연치아를 살릴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세광학현미경을 활용한 시술법이 치과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미세광학현미경을 활용한 대표적인 시술법이 치근단절제술이다. 치근단절제술은 잇몸을 절개해 치아 뿌리 끝을 2~3mm 잘라낸 뒤 세균과 염증을 없애고 약재를 넣어 자연치아를 살리는 치료법이다.

이 방법은 충치로 인해 치아가 손상돼 신경치료를 받았지만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 자연치아를 살리기 위해 주로 하는 수술로, 미세광학현미경을 사용하지 않던 과거에는 성공률이 낮았다. 치아 내부가 매우 복잡한 구조인 데다가 신경관까지 가늘어 치료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에스프란트치과병원 보존과 이향옥 원장은 "치근단절제술 시 미세광학현미경을 사용하면 정확히 치아 뿌리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수술 성공률이 높아진다"며 "단 모든 치아에 시술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제1대구치까지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 신경치료 성공률도 높여… 보편화되는 추세

미세광학현미경은 신경치료를 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 신경치료는 충치로 치아의 손상이 심할 때 시술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신경치료는 충치가 치아 안쪽에 있는 신경을 자극해 통증을 유발하면 죽은 신경조직을 제거하고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원리로 진행되는데, 치아 내부가 생각보다 복잡하다보니 실패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

사람의 치아에는 약 2~4개의 신경관이 있는데, 신경관 자체가 매우 가늘 뿐 아니라, 예외적으로 더 많은 신경관이 분포해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충치가 발견되면 신경조직을 제거하고 충치 부분보다 넓게 치아를 깎아내게 되는데, 문제는 삭제된 영역이 넓을수록 치아가 약해진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증이나 썩은 부분이 남아 있거나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문제다.

이때 미세광학현미경을 이용하면 보다 정확하게 신경관과 문제가 되는 부분을 찾을 수 있어 신경치료의 성공률이 올라가고, 치아 삭제량을 줄이는 것 역시 가능하게 된다. 이외에도 미세광학현미경은 치아의 미세한 균열을 수복할 때 등 정밀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에스플란트치과병원 보존과 이종호 원장은 "미세광학현미경이 자연치아를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세광학현미경을 사용하더라도 술자의 실력 역시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미경의 엄청난 배율로 보면서 손으로 충치 치료를 하는 것은 고난이도 치료에 속하기 때문에 단순히 미세광학현미경을 활용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라며 "치과용 미세광학현미경으로 치료를 받기 전에는 술자가 얼마나 현미경을 활용한 치료를 많이 했는지, 경력 여부 등을 살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